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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섬진강 3 - 김용택

by 해선 잠보 2024. 8. 28.

섬진강 3 - 김용택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 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 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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