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휴일 - 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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