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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가족의 휴일 - 박준

by 해선 잠보 2024. 8. 29.

가족의 휴일 - 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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