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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눈길 - 고은

by 해선 잠보 2021. 7. 2.

 

눈길 -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소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어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寂寞)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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