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안개숲의 능소화

by 해선 잠보 2012. 4. 6.

110815

 

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 만큼은 돼야지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구식물원  (0) 2012.04.06
손님  (0) 2012.04.06
해국  (0) 2012.04.06
가을의 전설  (0) 2012.04.06
타래난  (0) 201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