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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도보순례 - 이문재

by 해선 잠보 2021. 7. 22.

 

도보순례 - 이문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