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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

by 해선 잠보 2021. 8. 6.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단풍이 흐드러지고 청군 백군 깃발이 휘날려도

끝내, 다녀가지 못하고

인편에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토닥토닥

집으로 돌아온 가을 운동회날

언니 따라 시집가버린

뒤란 꽃밭엔

금방 울음을 토할 것 같은

고추들만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