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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봄​​​ -유안진

by 해선 잠보 2021. 8. 31.

 

봄 - 유안진

 

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운 보랏빛, 돌각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랭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런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꼭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뻐꾹뻐벅꾹 사랑 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깨어나며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럼증

산 아래 돌부처도 덩달아 어깨춤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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