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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비오는 날

by 해선 잠보 2012. 4. 25.

 

 

2012.  04.  21

 

 

봄비 속을 걷다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Sodade(그리움) / Cesaria Ev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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