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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너를 기다리는 동안

by 해선 잠보 2012. 4. 25.

 

 

 

2012.  04.  24 

 

 너를 기다리는 동안

 

 

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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