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원추리꽃

by 해선 잠보 2012. 7. 21.

 

 

 

 

 

 

추리꽃

 

 

 

  이기철

 

 

  더 갈 수 없는 곳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누리장꽃이 보고 싶거든 더 가라

그러나 별밤지기가 되고 싶거든 여기다 신발을 벗어라

꼬리가 예쁜 새가 가시에 가슴을 찔려 죽으면서도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는 전설이 생각나면

여기서 작은 목청으로 노래를 불러라

  옛날 읽은 책,

옛날 부르던 노래는 세월이 지나면 그리움이 된다

  세월 뒤에서 다시 그리운 것은 옛날 신던 검정 운동화,

친구집에 놀러 가서 듣던 유성기 소리,

  제재소에서 배어나오는 송진 냄새, 열한 살 때 처음 들었던 피아노 소리  그리운 것은 모두 등 뒤에 남는다

 

  7월 땡볕, 멧새 울음, 산들바람, 조개구름

  원추리꽃은 산기슭 어디에나 핀다

  그 노오란 꽃빛은 내게는 가난이고 아픔이었다

  저 금계랍 같은 여름날의 학질

  단발머리, 검정치마의 시집 간 누나

  저 슬프게도 아름다운 눈물꽃

  원추리꽃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접시꽃 당신  (0) 2012.07.21
그대에게 가고 싶다  (0) 2012.07.21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0) 2012.07.20
비의 사랑  (0) 2012.07.19
안부  (0) 201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