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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해와 달 - 안도현​

by 해선 잠보 2023. 6. 1.

해와 달 - 안도현

이 고개 넘다가

호랑이가 턱 버티고 서서

팔뚝 하나 달라 하면

팔뚝 하나 떼어 주어야지요

저 고개 넘다가

호랑이가 턱 버티고 서서

발목 하나 달라 하면

발목 하나 떼어 주어야지요

하지만 두 눈만은 똑바로 뜨고

오래 오래 바라보아야겠어요

이 고개 넘으면

또 저 고개

해가 지고 나면

어느새 달이 떠올라

이 풍진 세상을 골고루 비추는 것을

내 두 눈 짓물러지도록 바라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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