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찔레꽃 - 박영호​

by 해선 잠보 2023. 6. 16.

찔레꽃 - 박영호

한낮, 체육공원 숲 속 할머니 몇 모여

흘러간 놀랠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한 사람이 추억을 노래하면 또 다른 삶이

장단을 맞추며 불우를 노래하는데

윤기없는 목소리는 나뭇가지에 걸려 퍼덕거리고

무료한 시간을 이기지 못해 나무들

가볍게 몸 비틀고 초록 잎새 사이를 빠져나가는

무심한 세월 오갈 데 없고 기댈 데 없는 몸들이

쓸쓸함에 기대 문득 서로를 쳐다보며

저만치 가버린 세월을 노래하거니

덤불 속 그들이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봉긋한 무덤가를 붉게 물들이며

시야를 가득 메우는 한 무리의 찔레꽃.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찔레꽃 - 조재도  (0) 2023.06.17
찔레꽃 - 곽재구  (0) 2023.06.17
찔레꽃 - 송찬호​  (0) 2023.06.16
찔레꽃은 피고 - 신경림​  (0) 2023.06.15
찔레꽃 - 송기원​  (0) 202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