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박영호
한낮, 체육공원 숲 속 할머니 몇 모여
흘러간 놀랠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한 사람이 추억을 노래하면 또 다른 삶이
장단을 맞추며 불우를 노래하는데
윤기없는 목소리는 나뭇가지에 걸려 퍼덕거리고
무료한 시간을 이기지 못해 나무들
가볍게 몸 비틀고 초록 잎새 사이를 빠져나가는
무심한 세월 오갈 데 없고 기댈 데 없는 몸들이
쓸쓸함에 기대 문득 서로를 쳐다보며
저만치 가버린 세월을 노래하거니
덤불 속 그들이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봉긋한 무덤가를 붉게 물들이며
시야를 가득 메우는 한 무리의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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