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4. 13
할미꽃/이해인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종일 연도(煉禱)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