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박준
오른쪽으로 세 번 왼쪽으로 세 번 탕탕탕 뛰어 귓속의 강물을 빼내지 않으면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여자아이가,
밤에 소변보러 갈 때마다 강가로 불러낸다고 했습니다
입 속은 껍질이 벗겨진 은사시나무 아래에서도 더러웠고요
먼 산들도 귀울림을 앓습니다
강에 일곱이 모여 가서 여섯이나 다섯으로 돌아오던 늦은 저녁,
아이들은 혼나지도 않고 밥을 먹습니다
그때 여기저기 흘리던 밥풀 같은 걱정들은 금세 떠오르던 것이었지만요
한낮 볕들은 깊은 소(消)의 위와 아래를 뒤섞습니다
물은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새로 지어가기도 하고
근처 밭머리에 수수들은 잔기침도 멈추고 일어섭니다
며칠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아이들로 강가는 다시 분주합니다
북쪽의 바위 위에는 봉분도 올리지 못한 누이들의 무덤가처럼,
그새 푸르르고 파릇해진 입술로 오른손과 왼손을 공손히 모으고
강물로 뛰어들던 동생들도 여럿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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