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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이쯤에서 - 신경림

by 해선 잠보 2024. 9. 12.

이쯤에서 - 신경림

​​

이쯤에서 돌아갈까 보다

차를 타고 달려온 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보지 못한 꽃도 구경하고

듣지 못한 새소리도 들으면서

찻집도 기웃대고 술집도 들러야지

낯익은 얼굴들 나를 보고는

다들 외면하겠지

나는 노여워하지 않을 테다

너무 오래 혼자 달려왔으니까

부끄러워하지도 않을 테다

내 손에 들린 가방이 텅 비었더라도

그동안 내가 모으고 쌓은 것이

한 줌의 모래밖에 안된다고

새삼 알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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