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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by 해선 잠보 2024. 9. 12.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2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 것도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모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3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허구 겨룰 이 있건 오나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4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5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6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다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난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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