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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질병통역사 - 강신애

by 해선 잠보 2024. 11. 29.

질병통역사 - 강신애

 

모르겠어요

처음 본 내게 당신 치부를 고백하다니

 

백미러로 핑크색 손톱과

구릿빛 피부를 음미하고 있었는데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죄

훼손된 꿈,

봇물 터지듯 펼쳐놓다니요

 

그건 발아래

히비스커스 꽃을 바치며

태양신 사원에서 고백해야 했어요

 

오늘은 관광 가이드

내일은 의사에게

낯선 지방, 병중의 신음을 번역하지만

 

우리는 모두 오지여서

각자의 방언을 말할 뿐

 

나의 말들이 주구(呪具) 같은 상징으로

다정한 운율로

당신 마음을 어루만졌나요

 

내 이마에 바른 연꽃 향유가

당신 가슴골의 딸기 아플리케가

서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대체 누가 우리 허기를 통역해주죠?

 

당신의 아픔, 나의 슬픔

똑같은 환처인데

 

산비탈로 꼬리를 흔들며

회색 원숭이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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