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야(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눈사람 - 심가연 (0) | 2021.07.02 |
|---|---|
|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은 (0) | 2021.07.01 |
| 겨울 바다 - 김남조 (0) | 2021.07.01 |
| 11월의 시 - 이외수 (0) | 2021.06.30 |
|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 - 박재삼 (0) | 2021.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