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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월광욕(月光 浴) - 안도현

by 해선 잠보 2021. 7. 6.

 

월광욕(月光 浴) - 안도현

 

 

이즈막에 꿈이 하나 있다면

인적 없는 지리산이나 설악산 자락쯤 들어가서

세상 속에서 입고 온 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평평한 바위 위에  한시간쯤

드러누워 있는 것

 

하늘에서 천천히 기어내려온 달빛 벌레가

내 귓바퀴며 겨드랑이며 허리며 사타구니를

마음껏 갉아먹도록

사지를 있는 대로 벌리고 누워 있는 것

마치 혼자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형상이겠지

 

달빛 벌레가 내 몸을 갉아먹다가 지치면

바람 여자가 내 정신을 혓바닥으로 맛있게

핥아먹을 수 있도록

내 꿈은 내가 가진 것을 다 내주는 것

따끔거려도 간지러워도

태연한 척 참는 것

 

훌렁 벗고 드러눕기만 하면

내 욕망이며 희망이며 흉터도 갉아먹고

핥아먹어주겠지

너도 그때 같이 가보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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