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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참회록​ - ​​윤동주​​​

by 해선 잠보 2021. 7. 15.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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