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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사모 - 조지훈

by 해선 잠보 2021. 9. 6.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었노라고

정작 해야 할 말이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잊혀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해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이미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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