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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시든 꽃

by 해선 잠보 2012. 4. 17.

 

 

 

2012.  04.  16

 

 

시든 꽃

 

김종미


아침마다 베란다에 나가 시든 꽃의 목을 딴다
아직은 푸른 물이 희미하게 배어 나오는 꽃 모가지를
뚝뚝 따서 이른 이별을 한다

내 무릎베개에 누우신 어머니, 흰 머리카락을 뽑는다
언제부터 엄마는 잡초를 더 많이 키우시나
얘야, 그만둬라, 일어나시는 어머니
언제부터 엄마는 잡초를 더 사랑하시게 되었나
애야, 입술이 너무 붉지 않니? 붉지도 않은 루주를 닦으시는 어머니
언제부터 엄마는 여자인 것이 불편하시게 되었나
엄마는 아직도 꽃이어요
석양을 등지고 웃는 어머니
얘야, 누군가 아침마다 내 목을 뚝뚝 딴단다
그런데 나는 피워낼 꽃이 많이 없단다

아침마다 베란다에 나가 시든 꽃에 물을 준다
까맣게 시든 꽃 옆에 어렵게 꽃이 핀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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