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꽃이 그려준 자화상

by 해선 잠보 2012. 4. 17.

 

 

 

2012.  04.  16

 

 

꽃이 그려준 자화상 

 

 안상학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예뻐하는 것이 네 전생이란다
그렇다고 손 안에 넣지는 말아라
손 안에 가두는 순간
후생에서는 그 아름다운 전생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가령, 꽃이라든지, 혹은 그 무엇이든지

지금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미워하는 것이 네 후생이라면 끔찍하지 않니
후생에서 아름다운 전생을 두고두고 만나 보려거든
제발 손 안에 거두어 보듬어라
말하자면, 똥이라든지, 혹은 그 무엇이든지

모를 일 아니겠는가
꽃들의 세계에선 지금 네가 꽃일지, 미안하게도
꽃들이 킁킁대며 네 냄새를 맡고 있을지

하지만; 아마도 꽃들은 내가 다음 세상에는 없어서 나를 더 이상 못 그릴 것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을 것이다 꽃들이야말로 내가 못하는 뿌리내리기를 터득한 지 이미 오랜
자화상아니겠는가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되면 땅은  (0) 2012.04.18
시든 꽃   (0) 2012.04.17
  (0) 2012.04.16
  (0) 2012.04.15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0) 201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