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마경덕
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친 집이 운다 빗물 고인 장독을 들여다보고
앞마당 잡초 더미 봉숭아 한 그루 붉게 터졌다 조랑조랑 꽃을 달고 어리둥절 서 있다
바람 한 점에 퍽, 바지랑대 쓰러지고 놀란 집이 퍼뜩 한쪽 발을 쳐든다
사타구니 뵈는 집 더는 숨길 게 없다고 주머니를 뒤집어 탈탈 턴다
누가 알맹이를 빼먹고 껍질만 남겼을까
《시로 여는 세상》 2005년 가을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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