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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탈색

by 해선 잠보 2012. 6. 12.

 

 

 

 

 

 

탈색

  

              이성목


색이 없는 단청 아래 오래 서 있다
색이 사라진 까닭을 스님에게 물어야할까
바람 한 겹만 벗겨도 청동물고기가 살아나고
추녀 끝 바르르 떨리며 공중이 푸른 바다가 되는
내소사 대웅보전 마당에서 나는 비린 아가미를 달고
헙, 헙,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육신의 경문을 소리 내어 읽는다
주름이며 결만을 생생하게 그려낸 꽃문살이 문에 가득 떠있는 그곳
꽃은 어느 절정을 채색하다 황망하게 졌을 터
색은 바래어 어디로 갔는가
덜커덩 문을 닫고 뒤를 돌아다보는데
채석강 젖은 책 더미에 불을 지른 노을
다시는 색에 들지 않으려고
꽃무릇 곁에 씻은 붓을 세워 둔 채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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