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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 - 나태주​​ 돌계단 - 나태주​​네 손을 잡고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지. ​돌계단 하나에 석등이 보이고 돌계단 둘에 석탑이 보이고 돌계단 셋에 극락전이 보이고 극락전 뒤에 푸른 산이 다가서고 하늘에는 흰구름이 돛을 달고 마악 떠나가려 하고 있었지 ​하늘이 보일 때 이미 돌계단은 끝이 나 있었고 내 손에 이끌려 돌계단을 오르던 너는 이미 내 옆에 없었지 ​훌쩍 하늘로 날아가 흰구름이 되어버린 너! ​우리는 모두 흰구름이예요, 흰구름 육신을 벗고 나면 이렇게 가볍게 빛나는 당신이나 저나 흰구름일 뿐이에요 너는 하늘 속에서 나를 보며 어서 오라 손짓하며 웃고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어 땅에서 울고 있었지 발을 구르며 땅에 서서 울고만 있었지. 2024. 8. 19.
바닷가 카페에서 바닷가 카페에서​바닷가 카페에서커피를 마신다​바다에서 치던 파도가어느 사이에 커피 잔에서도파도를 친다​커피 한 잔과 함께바다의 파도를 마셔버렸다 2024. 8. 19.
아름다운 사이 - 공광규 아름다운 사이 - 공광규​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여요​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손톱을 세워 할퀴는 일도 없겠어요손목을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이쪽에서 바람불면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에요​ 2024. 8. 19.
여름 - 조연호​ 여름 - 조연호​​낭떠러지의 여름이다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나를 그네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머리를 사슬로 감아주자 여름마다 자기를 흔들어도 좋다고 말했다​​추락하는 여름이다​​팔다리가 달린 검정과 놀았지만 혼자서 했던 연애​​나도 허공이었던 것을 너만큼 변심으로 내 발등에 엎지를 줄 안다​​천박한 짓을, 자아보다 못한 짓을 땀샘과 모공으로 채우며 ​​지금은 덩굴손이 붙잡는 것을 윤회의 크기라고 생각하며 ​​네가 흔든 것을 내가 흔들렸던 것으로 비교하는 멍청한 짓을 하며​너를 잊고 있다 2024. 8. 19.
선물 - 나태주 선물 - 나태주​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가장 아름다운 선물은당신입니다​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2024. 8. 19.
나목 주변(裸木周邊)​ - 권일송 나목 주변(裸木周邊)​ - 권일송​​저 꽃을 무어라 이름하면 좋을까 어느 날 나의 딸, 그 딸의 이름만큼이나 꼬옥 맘에 앵기는 착한 여운(餘韻)으로 그렇게 지어 불러 보면······​그 꽃이 시들어, 철따라 변해 버린 어느 과원(果園)의 문지기에게도 마른 눈물의 회상(回想)이 남아 흐르고 보면·····​능금알같이 사람들의 마음이 상냥스런 가을날 저녁 무렵에나, 조심스런 주위의 차가운 샘터에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소녀을 위한 키쓰 하나쯤 더 마련해 둬야 할까. ​어째서 이렇게 살갖이 훈훈한 바람 ㅡ이 바람 끝에 걸리는 헤일 수 없는 살짝한 어느 무게같이만 그리운 노래.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전혀 철부지, ㅡ 강아지같이 서로 캥겨 눈도 뜨지 못하게 사랑해 온 철부지, ​저기 어둠이 오는 하늘을 손짓하면 .. 2024. 8. 16.
이른 봄 - 나태주​ 이른 봄 - 나태주​나뭇가지에둑길에강물 위에하늘, 구름에수채화 물감으로번지는햇살방글방글배추 속배기로웃는 아가웃음밝은 나라로더 밝은 나라로.​​ 2024. 8. 16.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 윤동주​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024. 8. 16.
풍선 - 용혜원 풍선 - 용혜원​풍선은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하늘 높이 올라세상 구경 실컷 하더니얼마나 좋은지 오간다는 말도 없이간 곳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2024. 8. 16.
떠나와서 - 나태주 떠나와서 - 나태주​떠나와서 그리워지는한 강물이 있습니다헤어지고 나서 보고파지는한 사람이 있습니다미루나무 새 잎새 나와바람에 손을 흔들던 봄의 강가눈물 반짝임으로 저물어가는여름날 저녁의 물비늘혹은 겨울 안개 속에 해 떠오르고서걱대는 갈대숲 기슭에벗은 발로 헤엄치는 겨울 철새들헤어지고 나서 보고파지는한 사람이 있습니다떠나와서 그리워지는한 강물이 있습니다. 2024. 8. 16.
사랑 - 안도현​ 사랑 - 안도현​​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매미는 아는 것이다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매미는 우는 것이다.​ 2024. 8. 14.
바람이 붑니다 - 나태주 바람이 붑니다 - 나태주​바람이 붑니다창문이 덜컹 됩니다어느 먼 땅에서 누군가 또나를 생각하나 봅니다​바람이 붑니다낙엽이 굴러갑니다어느 먼 별에서 누군가 또 나를 슬퍼하나 봅니다춥다는 것은 내가 아직숨 쉬고 있다는 증거외롭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혼자가 아닐 거라는 약속​바람이 붑니다창문에 불이 켜집니다어느 먼 하늘 밖에서 누군가 한 사람나를 위해 기도를 챙기고 있나 봅니다.​ 2024.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