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연밭 한가운데에 닿다
임영봉
겨울 연밭에 나서면
지나간 봄이 거기 있다
순한 잎새를 내밀던 햇살과 바람
착한 봄이 거기 있다
겨울 연밭에 나서면
지나간 여름이 거기 있다
뜨거운 햇빛과 소내기
청춘을 뒤채던 여름이 거기 있다
겨울 연밭에 나서면
지나간 가을이 거기 있다
다 여문 햇몸뚱이와 갈물살
무릎 구부려 겸손을 깨우는 가을이 거기 있다
겨울 연밭에 나서면
햇살도 조금, 바람도 조금
꽃 필요한 만큼만 들여두고
마음을 잠근 채 텅 빈 충만
하늘이 내려와 쉬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