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다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윤재철
커피 한 잔 시켜먹고
이따금 더운 엽차 불러 마시며
하루 종일을 죽치고 앉아
더러 메모지에 볼펜 좀 갖다 달래서 시도 끄적거리다
무슨 아지트처럼 친구들 모여 나가서 일보고 다시 돌아와 노닥거리던
그 많던 다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굽이 높고 하얀 꽃무늬 샌달 신고
한복 치마꼬리 감아올리며 옆에 앉아
노른자 뜬 쌍화차 한 잔 죽이며 눈웃음치던
그 많던 마담은 다 어디로 갔을까
허연 허벅지 드러내고 껌 짝짝 씹으며
국화빵 사다 먹자던 그 많던 레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헬스클럽에나 다니고 있을까
스포츠 댄스나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흘러흘러
아직도 여자 귀한 시골 다방
티켓 장사 하고 있을까
때로는 친구들로 벽을 치고
누군가는 성명서 써 내리고 돌려보며 토론하던
그 다방이 없구나
이 환한 도심 속에는
축축하고 어둑어둑 담배 연기 자욱하던
그 다방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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