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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그 많던 다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윤재철​

by 해선 잠보 2023. 6. 14.

그 많던 다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윤재철

커피 한 잔 시켜먹고

이따금 더운 엽차 불러 마시며

하루 종일을 죽치고 앉아

더러 메모지에 볼펜 좀 갖다 달래서 시도 끄적거리다

무슨 아지트처럼 친구들 모여 나가서 일보고 다시 돌아와 노닥거리던

그 많던 다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굽이 높고 하얀 꽃무늬 샌달 신고

한복 치마꼬리 감아올리며 옆에 앉아

노른자 뜬 쌍화차 한 잔 죽이며 눈웃음치던

그 많던 마담은 다 어디로 갔을까

허연 허벅지 드러내고 껌 짝짝 씹으며

국화빵 사다 먹자던 그 많던 레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헬스클럽에나 다니고 있을까

스포츠 댄스나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흘러흘러

아직도 여자 귀한 시골 다방

티켓 장사 하고 있을까

때로는 친구들로 벽을 치고

누군가는 성명서 써 내리고 돌려보며 토론하던

그 다방이 없구나

이 환한 도심 속에는

축축하고 어둑어둑 담배 연기 자욱하던

그 다방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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