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부(靑磁賦) - 박종화
선(線)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을러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사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 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술잔, 벼개,
흙이면서 옥이더라.
구름 무늬, 물결 무늬,
구슬 무늬, 칠보 무늬,
꽃 무늬, 백학白鶴) 무늬,
보상화문寶相華紋), 불타(佛陀) 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더라.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고려청자기!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의 바다 - 이채 (0) | 2024.09.10 |
---|---|
바다 - 윤동주 (0) | 2024.09.10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0) | 2024.09.06 |
비 오는 날 아침 - 이해인 (0) | 2024.09.06 |
고향 - 정지용 (0)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