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by 해선 잠보 2024. 9. 13.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마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동꽃 - 이병기  (0) 2024.09.1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0) 2024.09.13
가을 서한 - 나태주​  (0) 2024.09.13
9월의 시 - 문병란  (0) 2024.09.13
깊은 물 - 도종환  (1)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