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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by 해선 잠보 2024. 9. 20.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마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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