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로 돌아 온 아침 - 한정원 (0) | 2024.10.11 |
---|---|
10월 - 오세영 (1) | 2024.10.10 |
10월 엽서 - 이해인 (0) | 2024.10.10 |
고향에 머문 꽃 - 한정원 (0) | 2024.10.08 |
강물 - 천상병 (0) | 2024.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