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 김종제
캄캄한 어둠에
한 줄기 빛을 던져주어
꽃도 나무도 눈을 번쩍 떴으니
새벽, 당신이 스승이다
얼어붙은 땅속에
숨쉬고 맥박 뛰는 소리를 던져주어
온갖 무덤의 귀가 활짝 열렸으니
봄, 당신이 스승이다
정수리를 죽비로 내려치며
한순간 깨달음을 주는 것은
말없이 다가오므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놓치지 않으려면
온몸으로 부딪혀 배워야 하는 법
흘러가는 강물과
타오르는 횃불과
허공에 떠 움직이지 않고
바닥을 응시하는 새와
제 태어난 곳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고 죽어가는 물고기도
감사하고 고마운 스승이다
죄 많은 우리들 대신에
십자가에 사지를 못박히는 일과
생을 가엾게 여기고
보리수나무 아래 가부좌하는 일이란
세상 똑바로 쳐다보라고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보야 - 한정원 (0) | 2024.10.23 |
---|---|
보랏빛 몸짓 아리랑 - 한정원 (0) | 2024.10.22 |
내 남편은 시인 - 한정원 (0) | 2024.10.21 |
도라지꽃 아리랑 - 한정원 (0) | 2024.10.21 |
눈발 - 강은교 (0) | 202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