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 강은교
외롭지 않아요. 우린
함께 함께 내려가요. 우린
머리칼 죄 뜯긴 나무 위에 풀 위에
몸살 앓는 잔돌 위에 산등성이 위에
쇠꼬챙이 담벼락 위에
비둘기 날개 위에
안녕 안녕, 돌아서는 사람들 솟은 어깨 위에
납작 누운 불경기 지붕 위에
호텔 보드라운 창틀 위에
취기 오른 불빛 위에
그리고 미사 위에
언제나 언제나 홀로 서 있는 십자가 위에
끝내는 눈물이 되어
눈물이 되어 온 땅
질퍽질퍽 흐느끼게 해요
함께 함께 흐느끼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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