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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12월 - 오세영

by 해선 잠보 2024. 11. 15.

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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