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뽑으며 - 임보
30여 평 내 집의 뜰에서는 내가 제왕帝王이다
모든 잡초들은 내 손에 의해 제거된다
아니, 잡초와 화초의 판단은 내 권능의 영역이다
하찮은 들풀들도 내 눈에 곱게 보이면 가꾸어지고
요염한 장미도 낡아 그 꽃이 보잘 것 없으면 숙청된다
너무 번창하여 그늘을 크게 드리우는
거만한 놈들은 수족이 잘리고
오래 응달에 살던 불행한 놈들도
어느 날 문득 내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양달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30여 평 내 조그만 영토에서의 권능도
이렇게 번쩍거리거늘
수만리 국토를 주름잡는 군주의 권능은
얼마나 기똥찰 것인가
그래서 권능의 꿀에 시력을 잃은 어리석은 자들은
아마 그렇게 미쳐 있나 보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릴린 목련 - 정두섭 (0) | 2024.12.20 |
---|---|
야간개장 동물원 - 박민서 (0) | 2024.12.19 |
12월 - 반기룡 (0) | 2024.12.18 |
옹이로 살아가는 법 - 오영록 (0) | 2024.12.18 |
12월의 단상 - 구경애 (0) | 2024.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