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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풀을 뽑으며 - 임보​

by 해선 잠보 2024. 12. 19.

풀을 뽑으며 - 임보

30여 평 내 집의 뜰에서는 내가 제왕帝王이다

모든 잡초들은 내 손에 의해 제거된다

아니, 잡초와 화초의 판단은 내 권능의 영역이다

하찮은 들풀들도 내 눈에 곱게 보이면 가꾸어지고

요염한 장미도 낡아 그 꽃이 보잘 것 없으면 숙청된다

너무 번창하여 그늘을 크게 드리우는

거만한 놈들은 수족이 잘리고

오래 응달에 살던 불행한 놈들도

어느 날 문득 내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양달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30여 평 내 조그만 영토에서의 권능도

이렇게 번쩍거리거늘

수만리 국토를 주름잡는 군주의 권능은

얼마나 기똥찰 것인가

그래서 권능의 꿀에 시력을 잃은 어리석은 자들은

아마 그렇게 미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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