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 하영순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 장 남은 달력 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정월 초하룻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설계했을까
지나고 보면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누에 뽕잎 갉아먹듯
시간만 축내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죄인이다 시간을 허비한 죄인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냐
보석에 비하랴
금 쪽에 비하랴
손에든 귀물을 놓쳐 버린 듯
허전한 마음
되돌이로 돌아올 수 없는
강물처럼
흘러버린 시간들이 가시 되어 늑골 밑을 찌른다.
천년 바위처럼 세월에 이끼 옷이나 입히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문틈으로 찾아드는 바람이 차다
서럽다!
서럽다 못해 쓰리다
어제란 명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가?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 이외수 (0) | 2024.12.24 |
---|---|
송년의 시 - 윤보영 (0) | 2024.12.23 |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0) | 2024.12.20 |
마릴린 목련 - 정두섭 (0) | 2024.12.20 |
야간개장 동물원 - 박민서 (0) | 2024.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