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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12월은 - 하영순

by 해선 잠보 2024. 12. 23.

12월은 - 하영순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 장 남은 달력 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정월 초하룻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설계했을까

지나고 보면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누에 뽕잎 갉아먹듯

시간만 축내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죄인이다 시간을 허비한 죄인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냐

보석에 비하랴

금 쪽에 비하랴

손에든 귀물을 놓쳐 버린 듯

허전한 마음

되돌이로 돌아올 수 없는

강물처럼

흘러버린 시간들이 가시 되어 늑골 밑을 찌른다.

천년 바위처럼 세월에 이끼 옷이나 입히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문틈으로 찾아드는 바람이 차다

서럽다!

서럽다 못해 쓰리다

어제란 명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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