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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내 나이 중년 그리고 미련

by 해선 잠보 2014. 2. 28.

 

 

 

 

 

 

        내 나이 중년 그리고 미련/김설하

 

 

 

          언제부터 그랬는지 한쪽 가슴이 시려 온 뒤로
          해거름 꽃길에서 막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름 모를 풀꽃처럼 시들기 시작했을 때
          어둠은 건너 산에만 내리는 것이 아니고
          초라하고 작은 여자의 가슴에도 내려서
          그래 그런 것들로 삶이 잿빛 같았지

          동트는 아침 창가에서 커피 물 끓고
          방금 들여온 조간신문을 펼치면
          꾸물꾸물 기어가는 활자가 조롱할 때
          깊은 슬픔이 부려 놓은 우울 앞에서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앞을 가리는 눈물
          그래 그럴 때면 외롭고 완강한 설움에 휩싸였지


          한 폭의 풍경으로 걸리던 찬란한 노을빛
          어둠 속으로 윤곽만 남긴 채 사라지고 나면
          거대한 괴물의 형상으로 긴 동면에 들까
          쓸쓸하고 담담하게 먹칠한 가슴 부여잡고
          거울 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문 굳게 닫은 서글픈 여자가 있었지

         갈대 흔들리는 강가에도 유수 같은 세월
         낮은 담벼락에 붙어 핀 샐비어 이슬 말리고
         갈꽃 무리 틈바구니에 섞여 햇볕 쬐는
         언제 뽑힐지 모를 잡풀의 끈끈한 생명력처럼
         꽃그늘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영혼의 허기
         마침내 심연 저편으로 해가 뜨는 날
         한가닥 빛으로 마음의 문을 허물고픈 중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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