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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눈보라 - 안도현

by 해선 잠보 2021. 7. 17.

눈보라 - 안도현

 

 

눈보라는 떼쓰며 엉겨붙듯이 미닫이 유리문을

두드리고 있었네

시장 골목 선술집만 찾아디니며 문을 두드리는

저 눈보라가

한때 가객이었을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거침없이 몰아치다가

한순간에 멎을 수는 없는 것

가끔은 비명이었다가 침묵이었다가 때론 슬픔이기도

했을 그의 노래는

태산준령을 타고 넘어왔는지도 몰랐네

구들장 뜨뜻한 어느 사랑방의 이부자리였는지도

 

허나 어물전 비린 좌판 위에도 앉지 못하고

술 한잔, 술 한잔만 마시고 가겠다 하네

술집 난로 위에는 순댓국이 끓어 넘치고 먼저 온

사내하나 늙은 주모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데

주모는 눈도 뜨지 않고 젓가락 두드리며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는데

겨울밤은 금계랍처럼 쓰고 차가워 입은 떨어지지

않네, 저 가객

이제 어디 가서 백 곡의 노래를 부르며 누구하고

백 잔의 술을 마실는지

 

간유리에 붙어 술집 안을 들여다보는 눈보라의 눈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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