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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서울로 가는 뱀 - 안도현

by 해선 잠보 2021. 7. 19.

 

서울로 가는 뱀 - 안도현

 

 

기어가는 것보다는

달려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뱀은

풀숲에서 아스팔트로 주저 없이 나왔다

똬리를 튼 검은 뱀들이

줄지어 바삐 서울로 굴러가고 있었다

뱀은 자신이 곡선으로 기어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굴러가는 것들보다 더 빨리 서울로 가고 싶어서

일직선으로 몸을 뻗은 다음

뱀은 아스팔트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다시는 기어가지 않으리라, 뱀은 맹세했다

그러자 둥글고 길쭉하던 뱀은

금세 납작해졌다

(그렇다고 뱀이 죽었다,라고 말하지 마라)

그때부터 뱀은 아스팔트를 힘껏 껴안았다

납작해진 뱀은 거무스름하게 변하면서

바닥에 달라붙어 아스팔트가

되어갔다

 

전국 곳곳에서 뱀들이 서울 쪽으로 간다

뱀의 등에 올라타고 나도 가끔은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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