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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저녁을 단련함 - 이병률

by 해선 잠보 2021. 7. 21.

 

저녁을 단련함 - 이병률

매일 한 차례씩 같은 시간에 모기에 물린다면

우리는 모기를 힘들어하지 않을뿐더러

그 작은 모기에게 사자처럼 굴지도 않을 것이다

꼿꼿하게 앉아도 되는 저녁이므로

지나치게 균형을 잃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매일 한 차례씩

알람을 맞춰놓고 같은 시간에 모기에 물린다면

먹고사는 일에 다짐 따윈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남은 저녁은 좀 더 단정히 피가 통할 것이며

맨발의 급소들도 순해질 수 있겠다

봉합이 필요한 시간에

모기에 물리자고 팔뚝을 내놓는다면

시간의 딱지들은 도톰해질 것이다

저녁의 바다를 향해 서 있는 것 모두를

진창이라 여기지 않아도 되겠다

서서히 가려우므로 괜찮아진다

하물며 최선도 지나간다

피하느니

제법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