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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결혼 기차 ​​​- 문정희

by 해선 잠보 2021. 7. 21.

결혼 기차 - 문정희 

어떤 여행도 종점이 있지만

이 여행에는 종점이 없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에

한 사람이 기차에서 내려야 할 때는

묶인 발목 중에 한쪽을 자르고 내려야 한다

오. 결혼은 중요해

그러나 인생이 더 중요해

결혼이 인생을 흔든다면

나는 결혼을 버리겠어

묶인 다리 한쪽을 자르고

단호하게 뛰어내린 사람도

이내 한쪽 다리로 서서

기차에 두고 온 발목 하나가

서늘히 제 몸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서둘러 다음 기차를 또 타기도 한다

때때로 차창 밖을 내다보며

그만 이번 역에서 내릴까 말까

아이들의 손목을 잡고

선반에 올려놓은 무거운 짐을 쳐다보다가

어느덧 노을 속을

무슨 장엄한 터널처럼 통과하는

종점이 없어 가장 편안한 이 기차에

승객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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