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에 - 서정윤
꽃은 눈물,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태음력이 되어
나의 정원을 거닐고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아픔을
풀어줄 언어를 찾지 못할 때
외로움은 비처럼 젖는다
지나간 자신의 주검을 디디고 선
키 작은 꽃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 낯선 계절에 젖으며
목적 없는 발길의 힘없음,
인도주의 박애주의조차,
에고이즘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
낙원의 꿈을 위하여
정원을 일구어 가지만
가을꽃은 말이 없다
바람이 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말없이 꽃이 지고
또 그렇게 이 가을은 가는 거지만, 문득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때
무거운 어깨를 가눌 수 없을 때, 우리는
이듬해의 꽃을 위해 썩어가는 나뭇잎,
그 속에 썩어 가는 자신의
빛나는 눈빛을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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