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가을의 전설 ​​​- 고은영

by 해선 잠보 2021. 8. 12.

 

가을의 전설 - 고은영

 

이 공원은 가을의 절정이다

한여름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던

수많은 잎들 사이 허공에 드문드문 들어선 하늘

낙엽을 밟는 걸음마다 놓이는 감동은

강한 페이소스를 남기고 있다

완벽하게 황갈색 물기를 머금은 느티나무

올려다보는 키 큰 은행나무는

크림옐로우 색의 고고한 자태, 환하다

저 이름 모를 새의 노래는 신비하고

환상의 그래프로 가을 시공을 유영하고 있다

설렘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황홀한 계절의 경이

이 전설 속에선

거칠고 잔인했던 그림자들이 순해지고

낙엽과 동색으로 빛나는 영혼의 오로라도 곱다

언제인가 인사동에서 사 온 검정 고무신을 신고

낙엽을 밟는 섬세한 발끝의 감촉은

심장의 깊은 곳까지 관통하는 미치도록 황홀한 결로

부드럽게 내 영혼에 속삭인다

계절의 숨결을 가슴으로 들어봐

지금 네 눈동자에 가을의 전설이 열리고 있어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0) 2021.08.12
집으로 가는 길 ​​- 이해인  (0) 2021.08.12
사랑굿1 - 김초혜  (0) 2021.08.12
내 마음의 - 하이네  (0) 2021.08.12
그런 저녁이 있다 - 나희덕  (0)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