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꽃들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다 - 박종해
매운 바람과 눈보라가
나무들의 눈을 멀게 하는 어두운 땅에도
꽃은 아픈 상처 위에 제 이름을 세긴다.
지금 나는 눈보라의 언덕을 넘어
겨울에만 피는 꽃을 만나러 간다.
차가운 발자국 깊은 곳에 묻힌
내 고달픈 삶의 한 조각을 추스르며
어둡고 습한 계곡을 헤맨다.
이러할 때, 사람이여! 너는
희디흰 면사포로 가리운 너의 우울한
얼굴을 보여다오.
순백의 꽃길을 걸어 우리가 마지막 닿는 곳
빨간 산다화가 눈 속에서 울며 피듯이
눈 속에 꽃 등불을 켜고 꽃맹아리가 움트는 곳
언젠가는 우리의 약속이 아득히 펼쳐진
연초록빛 풀밭이 기다리고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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