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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 이채

by 해선 잠보 2021. 9. 1.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 이채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뿌리일 게다

뿌리가 빛을 탐하더냐

행여라도 내 삶의 전부가

꽃의 표정이라고 생각하지 마

꽃이 필 때까지

나는 차가운 슬픔의 눈물이었어

잎이 돋을 때까지

나는 쓰라린 아픔의 몸부림인 걸

알고 있니

나무가 겨울일 때

뿌리는 숨결마저 얼어붙는다는 걸

꽁꽁 얼어버린 암흑 속에서

더 낮아져야 함을

더 깊어져야 함을 깨닫곤 하지

힘겨울수록

한층 더 강인해지는 나를 발견해

그 어떤 시련도

내 꿈을 빼앗아가진 못하지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분명 뿌리일 게다

뿌리가 흙을 탓하더냐

다만 겨울을 견뎌야 봄이 옴을 알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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