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꽃이 졌다는 편지

by 해선 잠보 2012. 5. 23.

 

 

 

 

 

 

 

 

 

꽃이 졌다는 편지 

 

 

 장석남



1.
이 세상에서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휜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써야 할까

내 마음속에서
진 꽃자리엔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달이 뜨면
누군가 아이를 갖겠구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그대로 써야 할까



2.
꽃 진 자리에 나는
한 꽃 진 사람을 보내어
내게 편지를 쓰게 하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잘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그 바람에
뺨을 기대보기도 한다고

나는 오지도 않는 그 편지를
오래도록 앉아서
꽃 진 자리마다
애기들 눈동자를 읽듯
읽어내고 있네

 

 

 

  What a Day, Taro Hakase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표 서양미술화가  (0) 2012.05.23
오월소식  (0) 2012.05.23
동편 뜰에 꽃을 풀어   (0) 2012.05.23
멈춘 시계는 시간이 흐른다   (0) 2012.05.23
만남은 하늘의 인연, 관계는 땅의 인연   (0) 2012.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