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윤혜련
밤(夜)이 익어 가는 창가에 서서
희미한 수은등 불빛 바라보면
초저녁 잠이 깊은 어머니의 숨소리
잔잔하게 다가와 회상에 잠긴다
아이들 품에 안아 젖가슴 내어주며
물레질에 얽힌 사연 실타래에 감아놓고
썰물진 갯벌 위에 갈매기로 날아 앉아
오뉴월 밭이랑에 땀 방울을 심으셨다
흥얼대며 부르시는 어머니의 유행가는
해도 지고 날 저문데 끝없는 나의 일
언제할까 언제할까 고달픈 몸이구나
그것은 독백으로 지으신 어머니의 자작가
어느 해 여름날 마루청에 접힌 쪽지 한장
"바태 깨지노 가다" 받침자 없는 글
더듬더듬 읽어보니 "밭에 깨찌로 간다"
어머니 서러운 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식들 어께너무 어설프게 한글 깨쳐
호탕하신 성격으로 마을일도 내일같이
어여쁘신 마음에 담장 너머 정을 주니
따르는 사람들 가는 곳곳 벗이더라
구름따라 흘러 온 쉼터 없는 한 세상
호호백발 주름 골에 해거름 드리우고
자화상 서려 있는 뒤축 낡은 흰 고무신
정겨운 코 뿌리에 하얀 빛 머금었다
아 어머니
회혼식의 수줍고 아름다우시던 모습
강물처럼 오래 사시 오소서
두 손 모운 밤 하늘에 기원의 별이 뜬다
내 사랑 하는 할미꽃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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