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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나무

by 해선 잠보 2012. 7. 27.


 

 

 

 

나무 

 곽재구

  

인간인 내가

인간이 아닌 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모르는 이들은

만행 중인 바람이

나무의 심연을 헤적인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나무는 제 앞에 선 인간에게

더덕꽃 향기 짙은 제 몸의 음악을

고요히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나무는 춤을 출 때

잎사귀 하나하나

다른 춤의 스텝을 밟는다

인간인 당신이 나뭇잎 속으로 들어와 춤을 출 때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그러다가 홀연 당신 또한

온몸에 실핏줄이 퍼져나간 은빛 이파리가 된다

 

인간이 아닌 나무가

인간인 내게

시를 읽어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세월이 흘러 나무가 땅에 누우면

당신도 나란히 나무 곁에 누워

눈보라가 되거나

한 소쿠리 비비새 울음이 된다

먹기와집 마당을 뒤덮는 채송화 꽃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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