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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그 빈 자리

by 해선 잠보 2012. 7. 27.

    

 

 

                        

 

 

 

 

 

그 빈 자리
 

 

 

 

 유하

 

 

미류나무 앙상한 가지 끝

방울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그 자리
방울새 한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문득 방울새 앉았던 빈 자리가
우주의 전부를 밝힐 듯
눈부시게 환합니다.

 

 

 

실은, 지극한 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려온
미류나무 가지의 마음과
단 한번 내려 않을 그 지극함의 자리를 찾아
전 생애의 숲을 날아온
방울새의 마음이
한데 포개져
저물지 않는 한낮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도 미세한 떨림을 가진

미류나무 가지 하나 있어
어느 흐린 날, 그대 홀연히 앉았다 날아갔습니다.
그대 앉았던 빈 자리
이제 기다림도 슬픔도 없습니다.
다만 명상처럼 환하고 환할 뿐입니다.
먼 훗날 내 몸 사라진 뒤에도
그 빈자리, 그대 앉았던 환한 기억으로
저 홀로 세상의 한낮 이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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